도서 추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밤, 같이 이야기할 친구같은 책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모여앉아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올스톱인 요즘입니다. 아쉬운 대로 퇴근 후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와서 넷플릭스를 보며 홀짝이곤 하는데요. 오늘따라 아무리 뒤져봐도 딱히 볼만한 걸 찾을 수가 없네요. 이미 따놓은 맥주는 한참 남아있는데 …

이대로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에서만 떠돌다가 잠들기는 싫은 당신, 마치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것처럼 진솔하고 담백한 술친구 같은 책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

.

.

[ 취하지 않고서야 ]

김현경 장하련 재은

.

.

공연 보고 집에 갈 때 너무 씁쓸해져. 카드 찍고 버카 찍고 막, 1호선 타고 집에 갈 때. 진짜 동떨어진 느낌. 나는 순수하게 와, 멋있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살지 못하지?’로 귀결되는 것 같아.

취하지 않고서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술을 좋아하는 세 작가가 모여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 술 마시고 했던 이야기, 해프닝, 술을 좋아하는 이유 등등, 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요. 정말 친구와 함께 이야기할 법한 친근하면서도 진솔한 내용이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몰라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녹취록’. 말 그대로 술자리에서 했던 말들을 녹음해서 그대로 대본처럼 옮긴 챕터가 있어요. 현장감이 훨씬 와닿고, 취한 사람 특유의 횡설수설까지 그대로 다 담겨 있어서 마치 옆 테이블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는 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

.

.

[ 아무튼, 술 ]

김혼비

.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아무튼, 술

이미 마흔 권이 넘게 출간된, 가장 핫한 전집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술>입니다. 애주가라면 위의 문구만 읽고도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당장 책을 집었을 것 같아요. 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애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살면서 이렇게 자주 누군가와 밤새 술을 마신 적이 있을까. 깊이 잠들어 꿈을 꾸어야 할 시간마다 계속 같이 술을 마셔서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아무튼, 술

.

.

.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어린 내게, 바깥에 나가 큰일을 해야 하느니, 이런 뜬구름 같은 타령을 하기보다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다른 무엇보다 그게 큰일이라고, 그래야 사람답게 어른답게 살 수 있는 거라고 훈수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젊었을 때 이대로 이름 하나 못 남기고 죽어야 하나, 이런 남부끄러운 생각 같은 걸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에디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입니다. 산문집의 장점은 글의 호흡에 있는 것 같아요. 한 제목 아래의 글이 길지 않기 때문에 수다를 끝내는 것처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덮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 오늘처럼 친구가 필요한 날에 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랜 작가 생활을 토대로 작가 본인의 생각과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놓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것들도 있구요. 센치한 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봅니다. 사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자기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기는 쉽지 않죠. 그런 점에서 작가의 허심탄회한 말들을 책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인 것 같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