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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렝게티보다 냉혹한 회사 라이프?!? <신입사원 김철수>

회귀해보니 출근 첫날이었다.

회귀하자 마자 주식 사고 복수해서 성공하는 뻔한 레파토리가 지겨우신가요? 물도 많이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사이다만 들이붓는 이야기는 고구마만 못합니다. 잘 쓴 이야기는 적절한 고구마와 사이다의 조화, 이를 재료로 섬세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작가의 필력으로 이루어집니다.

초딩 때 바닷가에서 모래성 쌓기 하던 것을 떠올려보세요. 물기가 너무 많으면 부드러워 금방 무너지고, 물이 너무 적어도 바스스 흩어져버리죠. 적당한 물기를 머금은 모래를 이용하더라도 나보다는 항상 아빠가 만든 성이 더 멋졌습니다. 으른의 내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글쓰기 또한 같은 재료도 어떻게, 누구에 의해 사용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 김철수>는 글쓰기의 이러한 조합을 훌륭하게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귀물의 기본적인 라인은 따라갑니다. 하지만 그저 많고 많은 하나의 회귀물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품을 추천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상당히 꼼꼼한 조사를 바탕으로 김철수와 종합무역상사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쩌면 작가의 경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신입사원 김철수>는 무려2020 제6회 문피아 웹소설 공모대전 대상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소소하여 눈에 띄지 않는 제목으로서는 놀라운 성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에게 ‘신입사원이 커 나가는 성장물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과장되지 않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낸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작품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다소 뻔해 보이는 코드들, 현대판타지라는 장르적 제약에 머무르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을 볼때마다 깨닫는 것은, 훌륭한 작품은 아이디어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본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회귀 전, 김철수는 기구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 3학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꿈을 접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관심에도 없던 종합무역상사에 취직하여 17년을 쉼없이 일합니다. 그러나 부장도 달지 못한 만년 차장으로 정리해고를 당합니다. 상심에 빠진 철수씨는 그날 저녁 술 한잔 걸치며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인생..

​더 비참한 것은 그가 그 길로 집에 가다 맨홀에 빠져 죽고 만다는 것입니다.

뻔하죠, 지루한가요? 그 다음 스토리도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눈을 떠봤는데 신입사원 첫날이야, 출근했더니 다 17년 전 그대로, 미래를 아는 철수씨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가 대략적인 줄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줄거리를 보면 오히려 흥미가 식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바로 관전포인트로 넘어가보겠습니다.


(1) 생생한 상사 이야기

미생을 재미있게 보셨던 분이라면, <신입사원 김철수> 역시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미생의 아류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셔도 됩니다. 비슷한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또한, 회귀니 뭐니 하는 장르에 상관없이, 에피소드들 자체가 생생하고 재미있습니다. 흡입력 있는 문체가 더해져 순식간에 여러 편을 읽게 됩니다. 가끔은 정글에서 살아남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한 회사생활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하여 읽을 수 있죠.

또, 17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만큰, 시대적인 배경 또한 생생하게 다뤄져서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성이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 명확한 캐릭터성

​각 캐릭터가 잘 잡혀 있어 스토리 라인 이상의 재미와 몰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개 부장, 차장 같은 인물들이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주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은 중심 이야기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것은, 정말로 진짜인 모양입니다.

​(3) 야 나두! 사회생활 만랩이 될 수 있어!

​사내 정치질에 치이고, 요령없는 만년 차장으로 머물러야 했던 철수씨가 변했습니다. 이미 17년 간의 내공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도 사회생활 만랩 능력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역시 사람 간의 일이므로, 정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회귀를 했다고 하더라도 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철수씨는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나아갑니다. 이런 철수씨를 보며, 우리도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쳐봅시다.

“야 나두! 사회생활 만랩이 될 수 있어!”

(4) 어쨌든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

<신입사원 김철수>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판타지물보다는 현실물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회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회생활에 시달리고, 휴일도 없이 업무에 치이는 주인공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 회귀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 시선에서 작가는 현실과는 다른 사이다 판타지를 보여주기보다는, 인생 1회차를 살아야만 하는 우리를 위해 조금의 팁과 조금의 위로를 건네려는 듯 보입니다. 뼈빠지게 일하는 와중에 찾아오는 행복들, 바쁜 일상에도 포기하지 않는 꿈, 자신의 가능성을 더 높이 잡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 이러한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죽어버린 과거의 김철수를 위해 회귀한 김철수는 더 열심히 고생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김철수를 보며 우린 우리 삶의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회귀를 해도 쉽지 않은 인생을 보며 인생 1회차 주제에 어쨌든 살아내고 있는 우리 자신이 기특해질 것입니다.


<신입사원 김철수>는 회귀물, 즉 미래의 일을 모두 아는 상태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우리의 현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절대 불가능한 판타지이죠. 그러나 이야기를 지속할수록 공감과 위로를 받는 부분이 더 많게 느껴집니다. 안 그래도 일도 서툰데 사회생활까지 하느라 힘든 모든 신입사원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물론 부장님들도 예전의 애송이 시절을 추억하며 읽어보셔도 좋을 작품입니다. 혹시 이 작품을 보시고 김철수와 최근에 들어온 신입사원을 비교할 생각은 접어두셔야 합니다. 왜냐, 그들은 환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꼭! 명심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2의 미생을 넘어선 또 다른 인생작이 될 수 있으니, 어서 빨리 만나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보다도 <신입사원 김철수>가 영상화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짠내나는 미국판 기업물인 ‘더 슈츠’처럼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참 좋을 텐데요.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계신 제작자 분이 있다면 빨리 오정 작가님을 매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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