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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 <쓸 만한 인간>

작년 여름 개봉했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기억하시나요?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며 한국 느와르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신세계> 이후 처음으로 황정민과 이정재가 (그것도 액션 느와르에서!) 합을 맞추게 되어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요. 에디터도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죠. 그런데 의외로, 두 걸출한 배우 사이에서 스크린을 압도하고 영화를 탄탄히 받쳐주는 사람은 박정민이었습니다.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한 기분이 들었어요. ‘박정민은 누구지?’ 그 때부터 궁금증이 솟았습니다. <쓸 만한 인간>을 꺼내들게 된 이유입니다.

쓸 만한 인간

박정민

혹자는 말한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많이 부족한데, 그 부족한 놈이 심지어 생각까지 쉽게 하는 건 일종의 ‘배임’과도 같다.

쓸 만한 인간

표지를 보고 이름을 알린 배우의 이런 저런 실패와 성공담 정도의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고,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영화 <파수꾼>의 홍보용 블로그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하면서 이미 ‘글 좀 쓰는 배우’로 인정을 받아왔더라고요. <쓸 만한 인간>은 그가 매거진에 연재해왔던 글을 모아놓은 산문집이고, 출간 3년만에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기존의 글을 다듬는 작업을 거치고 최근의 기록들도 새롭게 추가했다고 합니다.

주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걸어왔던 길, 여러 에피소드와 그 속의 사유들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유머러스합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좋은 문장이 뭔지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감탄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에세이에 하이라이트를 치며 읽은 것 같아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같은 버저비터를 꿈꾸기도 하고, 어차피 “평생 동안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해야 할 때가 그리 여러 번 오는 게 아니”라면 조금은 즐기면서 해보려고도 한다.

쓸 만한 인간

만 원 남짓한, 그 피땀 흘려 번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진실된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

쓸 만한 인간

글 전체에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인사이트가 잘 전달되는 글을 쓰는 것도 능력이죠. 하지만 그 인사이트가 쌓이기까지 그가 겪었던 온갖 경험, 고뇌, 시행착오, 그 외 기타 등등의 것들이 글 너머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박정민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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